레몬베이스 Product Team이 하는 일을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김안나(Head of People Science)가 묻고, 신유경(Product Designer)이 답변했습니다.
- 레몬베이스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하는지
- 왜 힘들 것이 예상되는 스타트업의 첫번째 디자이너로 입사했는지
- 레몬베이스에서 일하며 솔직히 힘든 점과 진짜로 좋은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시다면 가볍게 읽어보세요. 
이 인터뷰는 2021.02 진행된 인터뷰로, 시일이 지남에 따라 조직 구성이나 일하는 방식 등 일부 out-dated 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 기록 또한 팀이 거쳐온 소중한 성장 과정이기에 업데이트하지 않고 남겨두고 있으며, 최신화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Product Design Lead Hay의 인터뷰를 확인해주세요 
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이거 화상으로 하니까 신기하네요.
우리는 편하게 해봐요.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웹 에이전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요. IT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3년 정도 일했습니다. 웹과 모바일, 마케팅, 브랜딩, 편집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일을 해왔고요, 현재는 레몬베이스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고 있는 레디(Redi)입니다.
Q. 왜 레디인가요?
처음에 레몬베이스 입사를 확정하고, 영어 이름을 쓴다고 들었을 때 너무 너무 고민이 많았어요. 이왕 짓는 거 진부하지 않은 영어 이름을 짓고 싶었고요. 제 성격이기도 한데, 그냥 허투루하지 못하고 이것조차 나름의 일로 만든 거죠.
막 이거 저거 적어보다가, 단순하게 '레몬베이스 디자이너'라고 적었고요. 줄여보니 레디가 되는 거예요. 영어로도 'Ready'는 뭔가 '요이땅' 하는 느낌이 들고. 이중적인 의미가 모두 좋기도 하고, 어감도 좋아서 레디라 지었어요. 엄청난 의미 부여지요, 뭐
Q. 레몬베이스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최근 일주일, 시간을 많이 써서 하고 있는 일들을 중심으로 설명을 부탁합니다.
제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 앞서, 레몬베이스 프로덕트 팀의 현재 일하는 방식을 먼저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 저희는 목적 단위의 TF를 만들며 일하고 있고요. 팀이 좀 더 커졌을때 스쿼드 조직으로 변신할 수 있기 위한 과도기라고도 볼 수 있겠죠. 그러므로 한 TF는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팀이라고도 생각하셔도 됩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PO, PD, 엔지니어, 비즈니스 팀, People Science 팀 등 제품에 따라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서 일을 해야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기능보다는 목적 조직을 중심으로 일하는 것이 레몬베이스에는 좀 더 잘 맞는 방식인 것 같아요. 저는 입사한 이후 처음에는 조직 TF에 참여했고요, 최근 일주일은 유료화 TF와 목표 TF라는 두 개 팀의 일원으로 굉장히 몰입하며 달리는 중입니다.
Q. 각각의 TF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유료화 TF를 설명할게요. 레몬베이스는 '회사와 구성원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팀이고, 현재는 MVP(Minimum Viable Product)로써 리뷰(Review)와 1:1 미팅, 그리고 곧 런칭할 목표(Goal)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객 분들께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MVP가 완성이 되면, 이제 곧 유료화를 진행하게 될 예정이고요.
유료화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한데요, 그 일을 유료화 TF에서 하고 있습니다. 레몬베이스 고객에게 어떻게 과금하고, 고객이 결제를 고민하는 순간부터 결제를 마치기까지의 과정을 제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을지, 어떻게 고객 경험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를 PO인 데이빗과 함께 고민하고 협업하고 있어요. 목표 TF는 회사와 구성원이 업무 상의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고요. 목표 제품의 경우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인터뷰부터 PO와 함께 진행했고, 지금 한창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제품 디자인 외의 일도 있는데요. 요즘은 제품을 만드는 우리 팀의 메이커들이 더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요, 프로덕트 팀 모두가 함께요. 레몬베이스에서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가이드를 '플레이 북(Playbook)'이라는 문서로 정리합니다.
Q. 협업 플레이 북에는 어떤 내용들이 주로 담기나요?
2021년 2월 25일 기준, 레몬베이스 노션 워크 스페이스에서 '협업'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문서들
기본적으로는 TF는 어떻게 구성이 되는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그라운드 룰(Ground Rule)이 담겨있고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주로 협업하는 크루들, 즉 프로덕트 오너와 프로덕트 디자이너, 그리고 엔지니어링 팀이 서로 크로스로 어떻게 일을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지를 함께 계속 고민하면서, 논의하고, 정리된 내용을 플레이 북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합니다.
Q. 말씀해주신 이런 일들은 예전에 레디가 했던 일들과 비슷한가요, 혹은 다른 점이 있을까요?
거의 비슷한데요, 레몬베이스는 플레이 북을 강조하는 곳이라는 점이 조금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예전에는 대부분의 일들이 문서로 남지 않았고요, '이렇게 해볼까요, 저렇게 해볼까요' 하다가 잊어버리거나 사라지기도 하고, 히스토리 추적이 잘 안 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업무 효율화를 위한 미팅을 하더라도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한 회사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각각의 팀이 일하는 방식들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하고요.
지금 정리하고 있는 '협업 플레이 북'은 말 그대로, 레몬베이스에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협업할 때 지켜야 하는 기본 가이드이고, 모두가 언제나 같은 페이지에 있을 수 있도록 돕는 문서예요. 그래서 플레이 북을 잘 만들어두면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가 생기고, 누가 팀에 들어와도 쉽게 효율적으로 팀에 적응하고 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요. 큰 조직에서 일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구성원이 많아진 이후에 일하는 방식의 프로토콜을 정하는 것이 쉽지가 않고, 플레이 북이 있더라도 사람이 많아질수록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레몬베이스는 작은 조직임에도 여러 플레이 북을 잘 정리하고 있고, 죽은 문서가 아닌 '살아있는 문서'라 상황이 변할 때마다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점이 제가 과거에 경험했던 조직에서 사용하는 가이드 문서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레몬베이스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어떤 책임을 가지고 있나요? 이 일을 잘하기 위해 어떤 역량 혹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이것도 앞서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은데요. 여태 제가 디자이너로 일했던 방식이나 가지고 있는 역할과 책임은 비슷한데, 레몬베이스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훨씬 더 큰 자율성과 오너십이 주어지는 것 같아요.
자율성이 주어지는 만큼 오너십을 가지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기본적인 하드 스킬(Hard Skill)과 소프트 스킬(Soft Skill)은 반드시 필요할텐데요. 특히 디자이너가 UI 화면만 그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강조하고 싶어요. 레몬베이스에서는 디자이너 스스로가 고객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알기 위해, 제품을 만드는 앞단의 과정에서부터 협업을 시작합니다.
실제 업무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프로덕트 팀 안에서 PO와 디자이너가 함께 고객의 문제를 파악해야 하고요, 가설을 세워서 솔루션 아이템도 선정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프로토타입 구현을 먼저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싱크를 맞추기 위해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제품 UI를 구현하고, 엔지니어 분들과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계속 소통을 하고요. 그 모든 일이 디자이너의 책임 하에 있죠. UX Writing 또한 현재는 디자인의 영역 안에 있고요. 팀이 커지면 좀 더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책임을 가져가겠지만, 현재는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경험하는 거의 모든 부분을 디자이너가 책임지게 된다고 생각하면서 일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과 조금 비껴간 이야기지만, 레몬베이스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하드 스킬보다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저희 회사처럼 다양한 크루들이 목적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며, 긴밀하게 일을 하는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동시에, 실시간에 가깝게 모두가 동기화되기 위해서는 매우 명확하고 사려 깊은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저희 팀의 경우, 모든 크루가 글을 굉장히 잘 쓰는 편이기도 합니다. 본인의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 하기 위해서라도, 글쓰기는 매우 중요한 소프트 스킬인거죠.
Q. 레디의 말을 듣고 있으니 해야 하는 일이 정말 많네요. 그만큼 큰 책임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일 것 같고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누군가는 뾰족하게 좁은 범위 안에서 일을 했던 분들도 계시다고 알고 있는데요. 레디는 과거에도 지금도 꽤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장점은 계속 말하고 있는 자율성과 오너십이라고 생각해요. 큰 조직에서 조각조각 나뉘어진 일들을 맡아서 해온 분들이라면, 좀 더 자율적으로 내 생각을 표현하며 일하고 싶다는 니즈가 강할거에요.
저 또한 에이전시에서 일할 때, 그런 니즈가 굉장히 강했고요. 그래서 당시에 다음 커리어는 꼭 A부터 Z까지 폭넓게 관여하며, 제품을 만드는 경험을 디자이너로서 좀 넓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에이전시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때문에 저와 비슷한 니즈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확실한 장점이 될만한 포인트가 레몬베이스에는 많을 거라 생각해요. 성장에 대한 욕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용기가 있는 분이라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경험들을 압축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여기까지가 장점이고요. (웃음) 단점은 매우 도전적일 수 있다는 것? 다른 것보다는 스타트업과 유사한 환경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거나, 디자이너로서 멀티 태스킹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아직 안 되는 분들에게는 도전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저도 처음에 '아 이걸 과연 내가 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었고요. 다행히 저와 일하는 크루들이 제 고민을 많이 상쇄시켜준터라 지금은 별로 걱정하지 않고 있어요.
아, 장점이 하나 더 생각났어요. 업무 범위가 넓다보니, 우선순위와 효율성을 생각하며 일하게 된다는 점도 장점인 것 같아요. 특히 레몬베이스는 미팅의 효율성을 꽤 중요한 어젠다로 정해두고 있는데요. 누가 이 미팅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지, 미팅의 목적은 무엇이고, 미팅 끝에 우리가 가져가야 하는 액션 아이템이 무엇인지를 미리 생각하고, 참석하는 것도 훈련이 되더라고요. 덕분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일을 하다보니 점점 더 이게 좋은 점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Q. 레디, 지금까지도 솔직한 답변이었겠지만 이번 질문에는 정말 더 솔직하게 답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레몬베이스에서 일하면서 힘든 점과 좋은 점이 있었나요?
일단 힘든 점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직을 결심하고, 레몬베이스에 입사하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제가 레몬베이스의 첫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보니 A부터 Z까지 온전히 제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압박감은 크긴 크더라고요. 새로운 회사이고 제품이니, 적응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고요. 다행히 지금은 그 시기는 지나갔고요. (쓴 웃음) 제가 첫 디자이너로서 그 힘듦을 잘 극복하고 앞으로 저희 팀에 들어오실 분을 위한 준비를 나름 해둔 만큼, 저희 회사가 아닌, '스타트업의 첫번째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할 계획이 있는 분께서만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점은 볼드로 써주세요. 정말 강조해서 써주셔야 합니다. 진짜 제가 이직한 이후, 예전 직장의 동료들에게도 계속 말하고 있는 건데요. 레몬베이스는 모든 크루가 배움에 있어서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들입니다. 제가 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우실 거예요. 특히, 고객과 시장에 대해서는 거의 미쳐 있는 수준으로 공부하고 데이터를 쌓아 둔 팀입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쌓이고 있고요. 덕분에 저는 그 데이터들을 소화하느라 여전히 허덕이고 있지만, 모두가 배움에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배운 점을 모두에게 계속 공유하고, 동시에 배움에 대한 대화를 끝없이 할 수 있는 팀에서 일한다는 건 예전에 일했던 조직과 다른 점이기도 하고, 정말 좋은 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보통 팀과 제품의 규모가 커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관성에 따라 일하는 경우가 많아지잖아요.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는 거죠. 예컨대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이렇게 하는 거지 뭐, 아마 고객은 이렇게 할 거야' 이런 식으로 단언하기가 쉬워지는데요. 레몬베이스의 크루들은 항상 의심합니다, 새롭게 배우려는 의지가 매우 큰 편이고요. 비슷한 열정과 의지를 가진 동료들이 계속 들어온다면, 회사가 커지더라도 배움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는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레몬베이스의 미션이 '회사와 구성원의 건강한 성장'에 있는 만큼, 실제 내부적으로도 건강한 성장을 위한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예컨대 일대일 미팅의 경우, 일하면서 이렇게 자주 한 적이 없었거든요. 사실 예전에는 굳이 해야하나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입사하고 두어 달 지나보니, 특별한 어젠다가 없더라도 1:1 미팅을 꾸준히 하는 게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데는 도움이 되더라고요. 프로덕트 팀의 리더인 제이슨이 2주에 한번씩 정해진 시간에 레몬베이스 제품을 활용해 1:1 미팅을 하고 있는데요. 매주하거나, 길게 하지 않더라도 '리더와 만나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정감이 높아진다는 건 새로운 발견이예요. 리더가 나와 더 자주 소통하고자 늘 노력하고, 실시간에 가깝게 싱크(sync)를 맞추려고 모든 크루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입니다.
Q. 네, 부족한 점이 아직 많고 '건강한 성장'이라는 미션을 내부에서 실행하는 것이 사실 굉장히 어렵고 때로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요. 어렵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디도 그런 노력을 함께 해주시고 계신터라 늘 고맙게 생각하고요. 그럼, 다른 주제로 넘어가볼게요. 레디한테 요즘 도전적인 일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음.. 제가 이전 직장에서도 B2B 서비스를 만들어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만큼 비즈니스 소프트웨어(SaaS)를 경험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사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요.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한 경험도 아직 더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적어도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공부하고 일했던, 레몬베이스의 기존 크루만큼은 빨리 해내고 싶고요. 그 이상으로 가려면 고객과 시장에 대해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게 요즘 가장 도전적인 일이고요.
또 하나의 도전적인 일은, 앞으로 레몬베이스 팀에 들어올 디자이너 분들을 위한 발판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예요. 제가 여기 입사했을 때 세운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하고요, 도전적인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레몬베이스의 디자이너가 꿈꾸는 디자인 팀만의 문화를 차근차근 만들고 외부에도 잘 알리고 싶어요.
Q. 디자인 팀이 어떤 일하는 방식(문화)를 가졌으면 하나요?
저도 틈틈이 정리 하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고요. 당연히 레몬베이스의 미션과 비전과 연결된 일하는 방식이어야겠죠? 더불어 저는 좀 더 투명성을 강조하고 싶어요. 실시간 공유와 소통이 자주 일어나는 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회고'라고도 생각하고요. 우리가 만들고 있는 레몬베이스 제품을 우리가 더 자주 이용하면서, 앞으로 좀 더 효율적으로 회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잘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엔지니어링 팀처럼 디자인 팀도 주기적으로 함께 스터디를 하는 '학습 조직'이 되면 좋겠습니다. 디자인 트렌드나, UX, UI에 대해서 공부하는 만큼 제품의 완성도와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지금은 작은 팀이기에 해야 하는 일이 많아, 세세한 퀄리티까지 챙기기가 굉장히 어려운데요. 그런 부분들을 잘 챙길 수 있는 일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쓰는 팀이면 좋겠습니다.
Q: 레몬베이스에서 일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두 가지 장면이 있습니다. 일단 첫 번째는 입사일에 했던 '오렌지 미팅'이고요. 두 번째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했던 IR 업데이트 미팅이었어요. 참고로 오렌지 미팅은 레몬베이스 크루가 한달에 한번 모두 모이는 All-hands Meeting 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제가 레몬베이스에 입사한 날은 거리두기가 막 강화된 시점이었고요, 그래도 온보딩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사무실에 나와야 하는 날들이 일주일 정도 있었어요. 조금 무거운 마음이기도 했는데, 다행히 첫 출근했던 날은 영화 속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 있네요. (웃음) 지금 프로덕트 오너인 데이빗과 함께 애나가 함께 저를 맞이해주셨고요. 당시 팀 전원이 재택근무하던 때임에도, 모든 크루들이 나와서 반겨주셨던 것이 꽤 감동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온보딩 해주셔야 하는 분들 몇몇만 나와 계실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날 하필 제 생일이기도 해서, 생일 파티까지 받았던 것이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루 만에 있었던 일이라기엔 꽤 많은 일이 있었죠.
그리고 이건 장면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온보딩 프로세스가 정리된 '온보딩 플레이 북'을 보고 사실 매우 놀랐어요. 저는 원래 그런 가이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예전 회사에서도 나름 가이드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여러 회사들의 것을 찾아 보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친절하고 촘촘하게 짜여진 온보딩은 처음 봤습니다. 회사의 첫 인상을 긍정적으로 가져가게 하는데, 매우 유효했던 것 같아요.
부정하려고 노력해도 사실 첫 인상은 꽤 오래 가잖아요. 다행히 저는 레몬베이스에 대한 첫 인상이 매우 좋았고요. 그 때문에 이후에 심리적인 안정감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환대해주셨던 모든 크루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어요. 저 그날 너무 좋아서 일기도 썼습니다. 앞으로 재미있는 일을 무궁무진하게 할 수 있을 것같은 희망으로 가득찬 날이었달까요. (웃음)
IR 업데이트 미팅에 대해서는 짧게 이야기 할게요. 저희는 매주 OKR 체크인을 하고 있기도 하고, 매월 오렌지 미팅도 있으니 회사에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고 싶어도 모르기가 어려운 상황인데요. 투자 계약서 날인을 마친 날이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터라, 그날 모두가 구글 밋에 모여서 진행 과정과 결과를 듣고, 함께 축하하고 지금의 감정과 앞으로의 다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초기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터라 그날 미팅이 꽤 기억에 남아요.
우리는 아직 출발선에 가깝게 서있는 팀이잖아요. 아주 긴 시간은 아니지만, 약 1년 정도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모으기 위해 모든 크루들이 엄청나게 노력해왔고요. 투자 유치 자체는 성과라고 보기 어렵지만, 우리가 해온 노력에 대한 인정을 받은 마일스톤이라고는 말할 수도 있겠죠. 그렇기 때문인지 그날 미팅에서 크루들이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마음이 온전히 잘 느껴졌어요. 모두가 자신감에 차있기도 했고, 그날의 텐션이면 거의 우리가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이상하게 뭉클하기도 했고요.
(저도요)
더불어 IR 과정까지도 가능한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리더십 팀이 모든 크루에게 공유해준 점 또한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노력들이 쉽지 않겠지만, 결국은 크루 모두가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Q: 이제 질문이 두 개 정도 남아있어요. 그중 하나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지원할 예비 지원자 분들에게 레디가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슴 설레는 일을 같이 좀 합시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 제가 레몬베이스에 합류했던 이유는 인터뷰 과정에서 굉장한 설렘을 느꼈기 때문인데요. 머리로만 생각하면, 디자이너도 없다고 하고 일도 많을 것 같고 정말 힘들 것 같은데 아무리 뭐 할 게 많아도 그냥 너무 재밌을 거 같은 거예요. 기업과 구성원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무궁무진한 일들을 제가 이 팀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그 설렘으로 합류를 했던 건데요. 앞으로 합류하실 디자이너분들도 분명 설레는 일들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레몬베이스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열려 있고, 누구나 언제든지 주도적으로 '이거 하고 싶고, 저거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이예요. 물론 하고 싶다고 정말 아무거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스스로 그리고 동료들의 5why를 거쳐서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전제하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너십을 가지고 책임감있게 일하고 싶고, 압축 성장을 하고 싶다면 꼭 이곳에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런 기회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함께 설레는 일을 할 수 있는 분을 얼른 만나고 싶습니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레디가 기대하는 디자인 팀 동료의 모습이 있나요?
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만 꼽자면, 잘 좁혀지지 않는 어젠다에 있어서 내 생각에 대해 고집을 세우는 시간을 너무 오래 갖는 분보다는 '일단 일이 되게 만드는 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협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소프트 스킬이라고 생각하고요.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끼리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PO, 엔지니어 등 다양한 사람과 협업해야 하기에 일단은 일이 되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생각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찾고 소통하고 유연하게 협업할 수 있는 분이시면 좋겠습니다.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레디가 레몬베이스에서 일하면서, 성장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객과 시장에 대한 공부요. 공부를 하고, 공부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그 모든 것이 성장이었습니다. 긴 시간 일하지 않았지만, 꽤 압축적으로 공부를 했고요. 특히 지난 두 달은 고객사 미팅을 20번은 들어갔던 것 같아요. 노력을 한만큼 고객에 대한 이해도도 처음보다는 많이 올라왔고요. 이런 경험은 레몬베이스에서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악착같이 하기도 했습니다. 고객 미팅을 하면서 실제로 제가 디자이너로서 깨달은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지금까지 제가 너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만 생각한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이 들어서, 반성도 했고요. 극단적인 표현일수도 있겠지만, '내가 여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디자인을 했구나'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직 고객을 뼛속까지 이해하고 있진 못하지만,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테니 점점 나아지리라 기대해요.
Q. 이제 제가 준비한 질문은 모두 드렸습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혹시 있다면 무엇이든 해주세요!
생뚱맞게 들리실 수 있지만, 저는 누구든 저와 일을 했을 때 '레디랑 일하면 되게 재미있는데, 혹은 레디랑 일하면 좋았었는데'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도록 일하고 싶어요. 그래서 누군가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 '나 레디랑 그 일 하고 싶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고요.
그러려면 제가 맡은 역할을 일단 잘 해야 겠지만, 더불어 크루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 우리가 서로 힘들 때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서로 날이 서 있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고, 일정이 촉박하고 할 일이 많을수록 유머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우리 팀에서는 제가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일단 제가 하면, 처음엔 부끄러우실 수 있지만 내재된 유머를 끌어올리시는 분들이 더 많이 등장하실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지금도 그렇잖아요?
네, 레디 공감합니다. 레디 덕분에 이 인터뷰 프로젝트도 시작할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이 웃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하고요. 우리 꼭 설레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를 찾아봅시다. 인터뷰는 여기서 마칠게요.
(끝)